느낌표, 물음표, 쉼표, 마침표 등 우리가 말을 적고 글을 쓰는데 사용하는 수많은 문장 부호들은 길게는 기원전부터(마침표와 콜론, 쉼표), 짧게는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미 전부 발명해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어투를 더 자세하게 표현하겠다는 목적 하에 최근까지도 많은 문장 부호들이 등장했고 몇몇은 실제로 사용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그 중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몇 가지 한국어 명칭은 내가 자의적으로 했음)

1. 인터로뱅, 느낌물음표 - Interrobang 단순하게 느낌표와 물음표를 합친 이 기호는 비교적 최근인 1962년에 미국의 광고업자 스펙터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로뱅이라는 간지나는 이름은 '의문, 물음'의 라틴어인 interrogatio와 '느낌표'의 영어 속어인 bang의 합성어입니다. 그 당시에는 나름 많이 쓰이던 기호이긴 한데, 아마도 그 이유는 뒤에 나올 다른 기호들과는 다르게 그냥 타자기에서 느낌표랑 물음표를 두번 누르면 그만이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됨. 제안된 부호 중에서 제일 성공한 녀석이라, 무려 유니코드에도 배정되었다.

2. 사크마크, 빈정표 - Sarcmark 2006년에 미국의 색(Sak) 형제가 만든 기호. 빈정거림, 그리고 아이러니를 표현하는 기호라고 하며 이들은 Sarcasm이라는 회사도 세워서 굿즈 팔이도 하고 있다. 근데 문제는 문장 부호를 저작권 때문에 돈 주고 써야 해서 ㄹㅇ 닉값대로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다

원하면 홈페이지에서 이런 것도 살 수 있으니 참고

3. 에르베 바쟁의 6가지 감정 부호들 프랑스의 작가 에르베 바쟁은 1966년 다음의 6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부호를 제안했습니다.

-빈정표 : 빈정거림, 아이러니 등의 상황에 사용(위의 사크마크랑 사용처가 동일하다고 보면 됨 ㅇㅇ)

-사랑표 : 사랑, 다정함 등의 상황에 사용

-믿음표 : 확신과 단언의 상황에 사용

-명령표 : 명령, 경고, 지시 등에 사용

-기쁨표 : 기쁨 내지는 축하의 상황에 사용

-의심표 : 의심, 회의의 상황에 사용

4. 엘레이, 여린느낌표 - El Rey 2013년, 사진작가 엘렌 수잔이 발명한 이 기호는 기존의 느낌표가 "조심해!"나 "야호!" 등의 명령, 외침의 범위에서 벗어나 "고마워!" 등의 가벼운 강조의 부분에도 혼용된다는 점을 문제삼으며 후자의 적당한 강조를 담당한 기호로 엘레이를 제안했습니다. 근데 내가 지금 쓰면서도 뭐라는 건지 잘 모르겠고 정작 발명가 본인도 잘 사용 안 해서 그냥 잊혀졌음.

5. 수사적 물음표 - Rhetorical Question Mark 이 기호는 앞선 기호들과는 달리 16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기호이다. 수사적 물음표라고 하면 말이 어려워 보이지만 그냥 '대답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물음'의 상황에 쓰이는 기호라고 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쓰인다고 생각하면 쉽다) 17세기까지는 나름 쓰인 기호였지만 활자의 효율성 때문인지 이후 사라졌다. 기호가 통일되지 않은 것도 초창기 기호라서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

6. 친근마침표 - Friendly Period 친근마침표는 SNS 시대에 제안된 기호입니다. 한국은 그냥 마침표를 안 쓰는 추세지만 영어권은 마침표가 없으면 독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문자를 보낼 때 마침표가 반 필수이다. 하지만 뭔가 마침표를 찍으면 서먹해보이는건 영어권 화자들도 느끼는 감정이었던건지 위의 친근마침표를 만들어 사용하자 제안했던 것이다. 근데 누가 만들었는지는 지금 한참 찾았는데도 안 보여서 모르겠음..

7. 스나크 마크, 조롱표 - Snark Mark 스나크 마크는 2007년에 미국의 타이포그래퍼 커닝햄이 발명했습니다. 사용처는 위에서 나온 빈정표들과 거의 일치하지만, 좀 더 독설적인 부분에서 사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결론: 왜 전부 사장되었는가?

(사륜안표 ㄷㄷ) 위의 것들 외에도 정말 많은 기호들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위의 개초딩 기호처럼 수많은 기호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널리 쓰이는 건 단 하나도 없다.

아마 쓰던 기호만 쓰는 경로 의존성의 이유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냥 이모지를 쓰면 전부 해결되는 부분이라 문장 부호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내가 만든 펨코표. 사용처는 아직 고민 중) 글은 그냥 흥미로만 보시고 심심하면 자신만의 문장 부호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eople are sharing their thoughts on the proposed punctuation, from its humor to its practicality, and even suggesting uses for the author's own created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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