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곤조, 고집이 꽤 세신 편이고 본인 요리에 자부심이 엄청 강하세요.<br> 예전에 김밥집 운영하셨다고, 사람들 줄 서서 먹었다고, 근처에서 제일 잘 나갔다고 만날 자랑을 하십니다.
근데 솔직히… 그게 지금 제 결혼생활이랑 그렇게까지 중요한가요?<br> 식당 운영했던 게 대단한 일인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며느리 인생까지 '주방교육'으로 관리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br> 그렇지 않나요?
결혼하고 나서부터 주말만 되면 시어머니가 저를 따로 부르세요.<br> 주방교육 받아야 한다고, 며느리는 시댁 손맛을 이어가야 한다고요.<br> 처음에는 그냥 도와드리는 줄 알았어요.<br> 근데 몇 번 가보니까 이건 진짜 말 그대로 '교육'이더라구요.
칼 잡는 법부터 시작해서, 도마에 서는 발 간격,<br> 김밥 말 때 김 끝에서 몇 cm 남기고 밥을 펴야 하는지, 국 끓일 때 고춧가루를 두 번에 나눠 넣으라고 하시고, 계란말이는 불 한 칸만 켜놓고 인내심으로 굴리라고 하시고…
저는 그냥 집에서 엄마한테 배운 대로<br> 눈대중으로 간 보고, 맛 보면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br> 먹을만하면 된 거 아닌가요?<br> 근데 시어머니 앞에만 서면 제가 평생 요리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처럼<br> 다 틀린 사람 취급을 받는 느낌이에요.
문제는, 제 기준에서는 우리 엄마가 훨씬 요리도 잘하고 정리정돈도 잘하세요.<br> 친정집 가면 반찬도 집밥 느낌에 다 맛있고, 상 차려놓으면 진짜 깔끔합니다.<br> 싱크대도 항상 마른 상태고, 냉장고도 칸별로 완전 정리돼 있어요.
반대로 시어머니 집은 찬장 열어보면 플라스틱통이 제각각이고,<br> 냉장고도 비닐봉지에 싸놓은 것들이 여기저기 쑤셔박혀 있고, 김치통도 진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통들…<br> 근데 그런 집을 보면서도 시어머니는 본인 방식이 제일 맞다고 하세요.<br> 장사까지 해봤으니까 자격이 있다고요.
솔직히 속으로는<br> '우리 엄마가 여기 와서 보면 깜짝 놀라실 텐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br> 이런 생각 드는 제가 너무 나쁜 건가요? 아닌가요?
신혼집도 문제예요.<br> 신혼집이 시어머니랑 같은 아파트 단지라, 엘리베이터 한 번 내려가서 조금만 걸으면 시댁이에요.<br> 내년 4월에 아기 태어나면 시어머니가 애를 봐주시겠다고 하셨어요.<br> 저도 미용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그때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해서<br> 겉으로는 '감사하다'고 했는데, 속으로는 걱정이 훨씬 큽니다.
주방에도 자꾸 간섭을 하세요.<br> 신혼집에 놀러오시면 가장 먼저 하시는 게 냉장고 열어보는 거예요.<br> 반찬통 위치, 조미료 위치, 수세미 놓는 자리까지<br> 본인 기준대로 싹 다시 정리해놓고 가십니다.
다음날 요리하려고 보면 소금이 있던 자리에 설탕이 있고, 간장 찾으러 가면 식초가 있고…<br>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br> 주방은 제가 쓰는 공간인데, 그럼 제가 편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br> 이것도 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한 번은 제 반찬을 시댁에 가져간 적이 있어요.<br> 친정엄마가 해준 잡채랑 나물 몇 가지를 챙겨 갔는데, 입으로는 '맛있다' 하시면서, 한참 뒤에 저한테 '친정은 원래 좀 싱겁게 먹나보다'<br> '장은 어디 거 쓰니?' 이런 식으로 돌려서 물어보시더니 결국 자기 방식이 더 깊은 맛이 난다고 슬쩍 결론을 내리시더라구요.
그날 집에 와서 괜히 친정엄마한테 미안해졌어요.<br> 내가 일부러 비교당하게 만든 건가 싶고…<br> 근데 또 그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했어야 맞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미래를 상상하면 더 답답해집니다.<br> 아기 태어나면 이유식도 시어머니 레시피대로 해야 할 것 같고, 간식도, 과자도, 심지어 물 온도까지 시어머니 방식이 기준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인터넷 찾아보고 소아과에서 권장하는 레시피대로 이유식 만들면<br> '애 앞에서 그런 거 먹이지 마라'<br> '내가 키워봐서 아는데 이렇게 해야 한다'<br> 이런 말 나올 것 같지 않나요?<br> 벌써부터 귀에 들리는 것 같아요.
남편은 중간에서 늘 애매한 포지션입니다.<br> 저한테는 '엄마 원래 좀 FM이라 그렇다, 그냥 적당히 맞춰 드려' 이러고, 정작 본인은 옆에서 폰만 만지고 있어요.<br> 주방에서 두세 시간 서서 시어머니 말 듣는 건 저인데<br> 남편 입으로는 한마디도 안 나옵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br> '내가 지금 미리 선을 안 그으면, 나중에 내가 우리 집 주방 주인 맞나?'<br> 애 키울 때도 내가 엄마인지, 시어머니가 엄마고 나는 도우미인지 헷갈릴 것 같아요.<br> 이런 걱정 하는 제가 너무 과한 건가요? 그렇지 않나요?
물론 시어머니가 애를 봐주신다고 하니까 감사한 건 맞아요.<br> 그걸 모르는 건 아닌데, 그 대가로 제 주방, 제 육아 방식, 제 생활 패턴을 다 내줘야 한다면<br> 이게 과연 좋은 거래인지 잘 모르겠어요.
저 같은 상황이면, 언니들은 그냥 '참고 넘어가면 된다'고 하실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이건 제 방식으로 하겠습니다'라고 선을 그어야 한다고 하실지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너무 예민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나중에 더 힘들어지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건지…<br> 냉정하게 봤을 때 어느 쪽이 맞는 건가요? 아닌가요?
결시친 분들 의견 듣고 싶어서 긴 글 써봤어요ㅠㅠ 답변부탁드려요...
"Everyone's telling the OP that her MIL is wild and her husband is useless, and why is she even considering this situation l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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