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클리앙 회원 여러분. 안양에서 작은 항문외과를 운영하며, 치질 수술뿐 아니라 변비, 설사, 과민성 등 기능성 장 질환을 씨름하고 있는 '응꼬형'입니다. 클리앙에서 10여 년 이상 눈팅만 하며 여러분 사는 이야기, 각종 IT 정보, 그리고 최근의 계엄 소식까지...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과 위로를 받아왔던 것 같습니다. 문득 저도 제가 제일 잘 아는 분야로 이곳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진료실에서 배변 곤란으로 고생하는 환자분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매일같이 하던 이야기들, "제발 이것만은 지켜주세요"라고 잔소리하던 내용들을 모아 썼던 책 『변비 10계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연재해 보려 합니다. (Featuring Gemini) 자극적인 야식도 자주 드시고, 하루 종일 의자와 한 몸이 되어 계실 법한 클리앙 회원분들에게 딱 필요한 내용이 아닐까 싶네요. ^^ 변비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나 민간요법 대신, 의학적으로 올바른 치료와 배변 습관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니 가볍고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2><strong>"3개월 동안 대변을 못 봤습니다"</strong></h2>
제 기억에 남는 70대 남성 환자분이 계십니다. 진료실에 들어오시자마자 "원장님, 제가 3개월 동안 똥을 한 번도 못 쌌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의학적으로 3개월간 배변을 아예 안 하면 장이 터지거나 큰일이 났겠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변이 잘 안 나오니까 시중의 강력한 변비약과 자극성 하제를 사서 계속 드셨던 겁니다. 약을 먹으면 물처럼 설사가 나오는데, 환자분은 그걸 '변을 봤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직도 속에 묵직한 게 남았다'고 느껴 계속 약을 드셨던 거죠. 결국 내원 당시에는 정상적인 변은 다 소진되고 점액과 물만 나오는 상태였습니다. 이분은 <strong>'변비'에 대한 오해</strong> 때문에 몸을 망치고 계셨던 겁니다. 이 환자분은 과민성으로 인한 복부불편감과 배변에 대한 강박으로 배변을 시도했던 것이고 오히려 약을 줄이고 난 후 변이 좋아지고 배가 편해져, 적절한 약물치료를 유지하고 계십니다.
<h2><strong>변비는 '단단한 똥'이 아닙니다.</strong></h2>
<strong>어? 나는 변보기 힘든데.. 변이 묽으니 변비는 아닌가? 근데 왜 힘들지? "네 변비 맞습니다."</strong> 로마 기준(Rome Criteria)으로 보면 변비란 과도한 힘 주기, 단단한 변, 잔변감, 항문 폐쇄감, 배변을 위한 부가적 처치(수지 배변 유도 등)가 전체 배변 중 1/4을 차지하며, 적어도 진단 6개월 전에 증상이 시작되어 지난 3개월 동안 위의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strong>변비란 변이 단단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 배변이 힘든 “배변 곤란”을 지칭</strong>한다는 것 입니다. 따라서 변비 치료란 단단한 변뿐만 아닌 과도한 힘 주기, 잔변감, 항문 폐쇄감, 약물 오남용 등 배변과 관련된 모든 증상에 대한 치료라는 것입니다.
<h2><strong>변비 치료 1계명: 굿똥(Good Stool)'</strong></h2>
<strong>“변이 좋지 않은데 변을 편하게 볼 수는 없다.”</strong> 제가 환자분들에게 늘 강조하는 제1계명은 "굿똥을 만들어야 한다"입니다. 저 응꼬형도 평소엔 1분 컷 쾌변남이지만, 굶어서 변이 딱딱해지면 머리가 핑 돌게 힘줘야 하고, 회식 후엔 물설사와 잔변감으로 힘을 주게 됩니다. <strong>결국 평소에 잘 싸던 사람도 변 상태가 나빠지면 배변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strong>.
<strong>“편안한 배를 위한 선결 과제, 좋은 변”</strong> 장은 자르거나 전기로 지져도 통증을 느끼지 않지만, 늘어나거나 경련하듯이 수축할때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딱딱한 변은 장을 늘려 배를 빵빵하게 하고, 늘어나는 통증을, 묽은 변은 장을 경련시켜 배를 아프게 하죠. 배가 아파서 처방받는 약은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가 아닌 장운동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느린사람은 빠르게, 빠른사람은 느리게 만드는 약이죠. 결국 단단한 변이나 묽은 변은 배를 불편하게 만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이런 불편감으로 인해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배변을 시도하게 만들게 되어 배변곤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결국 <strong>“편한배변=편한배=좋은변”</strong>이라는 것이죠.
결국 좋은 배변을 위한 선결과제는 굿똥! 을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원인들을 찾아 개선해 나가야 하며, 이러한 개선노력이 힘들거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변을 이루기 힘들다면 적절한 약을 써서 굿똥! 을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ul> <li><strong>토끼똥(Type 1):</strong> 수분이 없어 굴러다닙니다. 내보내기 힘듭니다.</li> <li><strong>물똥(Type 6-7):</strong> 너무 묽으면 시원하게 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잔변감이 남아 계속 힘을 주게 만듭니다. (이게 진짜 골치 아픕니다)</li> <li><strong>바나나똥(Type 4):</strong> 적당히 굵고 부드러운 변. 이게 '굿똥'입니다.</li> </ul>
<h2><strong>그럼 굿똥! 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strong></h2>
"원장님, 제발 수술 좀 해주세요. 똥구멍이 막혀서 죽겠어요." 환자분들은 항문 탓을 하시지만, <strong>대부분의 경우 항문은 죄가 없습니다.</strong> 항문은 그저 배달된 물건(변)을 내보내는 '출구'일 뿐,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변은 [음식 섭취 → 소화 → 장의 이동 → 미생물 발효 → 항문에서 배변] 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배출됩니다. 즉, 변비는 항문만의 문제가 아니라 <strong>먹는 것, 장의 움직임, 장내 세균, 항문직장의 배출능력</strong> 등 복합적인 원인의 결과물입니다. 결국 치료의 핵심은 <strong>'도대체 왜 내 변이 나빠졌는지'</strong> 원인을 찾아 교정하는 것입니다. 원인을 모르고 무작정 약만 써서는 결코 좋아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배변곤란으로 내원한 환자들은 변이 어떤지 습관이 어떠한지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장이 느려질만한 원인들이 있을지, 항문직장의 구조적 기능적 문제가 있는 지를 확인하고 이들을 교정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h2>"변비약, 평생 먹어도 되나요? 내성 생긴다던데..."</h2>
<strong>변비는 낫는 병이 아닙니다 (고혈압과 같습니다)</strong>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묻습니다. <strong>"변비약, 평생 먹어도 되나요? 내성 생긴다던데..."</strong> 여기서 패러다임을 바꾸셔야 합니다. 우리 몸은 낡아갑니다. 나이가 들면 혈관 탄력이 떨어져 고혈압이 오고, 인슐린 조절이 안 돼 당뇨가 옵니다. 마찬가지로 <strong>나이가 들면 식사량이 줄고, 장 기능이 떨어지고 소화 능력이 떨어져 변비가 오는 것입니다.</strong> 고혈압 환자가 "나 혈압약 먹어서 완치하고 약 끊을 거야!"라고 하지 않죠? 평생 약을 먹고 이를 줄이거나 유지하기 위해 식단/생활습관 관리하며 조절합니다. 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ol start="1"> <li><strong>우선 변비의 원인을 찾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strong></li> <li><strong>식습관과 생활 습관 교정, 배변 습관 교정을 먼저 합니다.</strong></li> <li><strong>그래도 부족한 기능은 '약'으로 채우는 것입니다.</strong></li> </ol>
<strong>병원에서 처방하는 대부분의 변비약(부피형성제, 삼투성 하제, 장운동강화제 등)은 내성이 거의 없고 평생 드셔도 안전합니다. </strong>오히려 약국에서 급할 때 사 먹는 '자극성 하제(장 신경을 자극해 억지로 짜내는 약)'나 건강보조식품의 알로에 성분, 검증되지 않은 ‘디톡스’, '쾌변 환' 등이 장을 <strong>장기적 사용시</strong> 장의 문제, 배변리듬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strong>"노력은 하되, 부족한 부분은 안전한 약으로 관리한다."</strong> 이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strong>변비 치료의 선순환, 악순환에 대해</strong>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변비약 을 먹어서 변이 좋아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배도 편안해지고요. 그럼 더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더 먹어서 변이 많아지면 변은 더 부드럽고 묽어집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약을 줄여 나갈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변비약을 기피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계속되는 변비 증상으로 배가 불편하니 음식을 못 먹게 되고, 활동도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잘 안 먹고 활동이 줄어들면 변비는 점차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변비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변비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치료, 약물 사용은 변비약을 줄이고 끊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h2>단, '암'만 아니면 됩니다. (기질적 vs 기능적)</h2>
제가 "변비는 관리하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리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기질적 원인(구조적 문제)'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strong>하수구가 구조적으로 막혀있는데(암, 협착 등) 물만 들이부으면 역류합니다. </strong>또한 이런 폐색과 협착으로 인한 변비가 아니더라도 장의 기능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기질적 질환들도 있습니다. 신경정신과적 질환, 갑상선, 당뇨등 만성질환, 기타 장의 기능적 문제를 일으키는 염증성 장질환, 가성장폐색, 아밀로이드증 까지. 이런 기질적 질환등은 만성 기능적 변비와 달리 즉시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변비도 치료 전 여러가지 검사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워낙에 흔한 변비라고 쉽게만 생각하면 안됩니다.
이런 무서운 병들이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갑자기 변비가 생겼거나 혈변이 보인다면 반드시 <strong>피검사, 대장내시경과 항문 검사</strong>(수지 검사, 항문 직장경 검사등)를 포함한 검사들을 받아보아야 합니다. <strong>"내 똥꼬에 남의 손가락 넣는 게 싫어서"</strong> 검사를 미루지 마세요. 저에게는 눈, 코, 입을 보는 것과 똑같습니다. 항문검사.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구들은 손가락의 두께정도이며, 항문은 손가락보다 훨씬 큰 변이 나오는 곳이잖아요? 정확하게 검사해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암”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변비는 관리하며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1강 세 줄 요약] 1. 변비는 똥이 딱딱한 게 아니라, 변 보기가 힘든 모든 상태'를 말합니다. 2. 변비는 완치하는 병이 아니라, 고혈압처럼 '관리하는 상태'입니다. 3. 암(기질적 원인)만 아니라면, 안전한 약과 습관 교정으로 누구나 <strong>'굿똥'</strong> 할 수 있습니다.
[다음 화 예고] 2강 <굶어서 뺀 살, 꽉 막힌 항문>에서는 “변이 단단하고 항문에 딱 걸려서 힘을 많이 주는분, 항문이 찢어지고 피가 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다이어트와 변비의 관계, 그리고 '먹는 만큼 나온다'는 저식이 변비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글로 읽기 귀찮거나 변비가 정말 힘드신 분들은 제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앞으로 강좌에 말할 내용과 비슷합니다 ^^) 궁금하신 점 댓글 주시면, 틈틈이 답변 드리겠습니다. 모두 <strong>굿똥</strong> 하세요!
"This post is a serious deep dive into constipation, but the community is ready to dive in with their own experiences and hopefully find some relief! 😂"
#재밌는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