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저가커피 글을 스치듯 봐서 생각난 김에 한자 적어봅니다.
저는 개인 카페를 운영한 지 10년 차입니다.
인서울 대학 나오고 전문 자격증 준비 몇 년 하다가 다 때려치우고 장사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우연히 단골 카페를 인수하면서 자영업을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10년간 카페하면서 배우고 고민하고 시도하고 노력한 걸 책으로 쓰면 나름 재밌을 것 같지만, 그건 아직 성공을 못해서 못 쓰지만… 그만큼 어렵게 어렵게 안 망하고 살아남았습니다.
개인 카페로 전국 1% 매출 내고, 로스팅부터 베이커리까지 모두 직접하는 카페로 나름 경쟁력이 있는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만…
문제는 이렇게 매출이 높아도 사실 겨우 적자 면하거나, 어떤 때는 적자로… 진짜 카페는 돈이 안 됩니다. ㅜㅜ
노동집약 산업에다가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물가까지 오르고, 거기에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니… 카페 경쟁력으로는 어디 가서 뒤처지지 않지만 돈벌이로는 정말 별로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로스팅부터 베이커리까지 모두 하면서 산전수전 겪고, 진짜 노력도 엄청나게 해서 컨설팅 같은 부가사업도 키우고 이제 어디에서 카페를 하건 망하지 않을 자신은 있고, 대안도 없어 계속하고 있지만…
그냥 돈벌이 하려고 카페 창업하려는 분들께는 뜯어말리고 있습니다.
카페 창업을 생각하신다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창업 생각 접으세요.
그럼 제목처럼 제가 생각하는 카페 창업 비법 좀 풀어보겠습니다. ㅎ
카페 창업은 어떤 사람이 해야 하냐면요
(이렇게 해서도 성공을 보장하진 못합니다)
일단 지금 카페는 커피 스페셜리스트 + 베이커리까지 모두 경쟁력 있게 만드는 기본기가 있어야 합니다.
커피는 솔직히 책 5권 정도 유명한 거 100번 정도 보시고, 유튜브 100편 정도 내용 요약하면서 보면 이론적인 것은 해결되고, 실무는 현장에서 위장에 빵꾸 날 정도로 노력하시면 어느 정도 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은 있으면 좋지만 있어도 경쟁력이 될 건 없습니다)
베이커리는 일단 책 5권 정도 유명한 거 100번 정도 보시면 이론적인 것은 해결되고
(베이커리는 자격증이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실무는 학원이건 클래스건 다니셔서 손목 아작날 때까지 만들고 버리고 하시고, 전국 맛있다는 집 것 사다가 블라인드로 비교해서 비등해지면 됩니다.
여기까지가 기본기이고
(물론 저도 저 정도로 못해서 아직 성공 못했습니다)
그다음 — 레시피
시중에 있는 책, 유튜브 하나도 빠짐없이 재료 사다가 모두 직접 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하셔야 합니다.
유명 카페 컨설팅 하는 사람 한두 명 정도 비용 한번 견적 내시고, 레시피 돈 주고 사는 것까지 고려해서 맛을 잡으시면 됩니다.
(이건 재료비만 최소 2천만 원 이상 테스트한다고 버린 것 같고, 토하면서 맛본 게 몇 년이네요.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저희 레시피를 돈 받고 팔 수준이 된 것 같습니다.)
핵심은 컨설팅 업자만 믿으시면 안 됩니다.
그냥 시간과 재료비를 아껴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시고, 결국 세상의 모든 메뉴는 내가 직접 재료 사다가 만들어본다는 자세로 해야 합니다.
그렇게 기본을 본인이 직접 해야 응용이 되고 연구개발 능력이 생깁니다.
제가 큰돈 받고 컨설팅해드린 사장님들도 여전히 그때 레시피로 장사하고 계신데, 저희는 그 레시피에서 몇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사장님들께도 제가 꼭 “유튜브 보고 새로운 레시피 개발하라”고 말씀드렸는데, 처음에 컨설팅으로 시작하다 보니 더 이상 바꾸려는 노력을 잘 안 하십니다.
운영 능력 / 수완
일단 타고나는 부분이라 수완 자신 없으면 포기하세요. (이건 핵심입니다)
수완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시면 카페 사장님들과 교류하시고, 쓴소리 해주는 사장님 옆에 딱 붙어서 배우고, AI 끼고 살고, 운영 관련 유튜브 하루 20편씩 1년 보시면 됩니다.
마케팅
운영 능력과 동일한 결입니다.
유튜브로 날고 기는 마케팅 유튜브 하루 10편씩 보고, 관련 책 10권 정도 50번씩 읽으면서
시도 → 수정 → 시도 → 수정
반복하셔야 합니다.
네이버 플레이스, 인스타, 숏폼, 매장 포스터 등 온갖 기법 총동원해야 합니다.
디자인
브랜딩 관련 책 5권 정도 두 번씩 읽고 디자인 철학을 잡으세요.
감각이 좋으면 포트폴리오 보면서 디자이너를 고르고, 감각이 부족하면 주변에 눈 있는 사람 붙여서 골라달라 하시고, 자신만의 브랜딩 철학을 녹여줄 디자이너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매 시즌마다 새로운 POP, 메뉴판, 시즌 콘텐츠 등을 디자이너와 함께 해야 합니다.
인테리어
브랜딩 공부하셨으면 인테리어도 디자인 업체 고르듯 해야 하고,
가능하면 셀프로 최대한 직접 하시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인테리어 업체 불러서 공사할 돈 못 뽑을 가능성이 높고, 카페 운영하면 온갖 노가다 기술 총동원해야 합니다.
직접 하면서 감각과 기술을 키워야 합니다.
서비스
저는 장사할 때 딱 세 가지만 생각합니다.
조직문화
혼자 운영하면 필요 없지만, 직원 1~2명만 있어도 조직문화가 선순환이냐 악순환이냐가 미래를 좌우합니다.
이것도 수완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잘 안 되면 선순환 만들어주는 직원에게 월급 더 주고, 사장은 직접 모든 걸 다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무도 믿지 않는 능력
부모도 믿지 마세요. 안 믿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습니다.
유능한 직원이 배신 때립니다. 믿었던 직원에게 상처받습니다.
애초에 유능한 직원은 월급 더 주고 많이 부리고, 무능한 직원은 알아서 그만두게 하세요.
직원을 믿어서 성공한 사장은 못 봤습니다. 직원을 잘 ‘쓴’ 사장은 많이 봤습니다.
신의와 의리는 쌓되, 믿지는 마세요.
자, 이래도 카페 하시렵니까? ㅎ
물론 여기 나온 것들을 모두 잘한다고 카페 창업 성공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차린 카페 옆에는 어쩌면 저런 사장님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노력 대비 아웃풋이 별로라 카페 창업은 말리고 싶습니다.
그럼 너는 저기 있는 내용 다 했냐?
당연히 못했습니다. 그럴려고 노력은 하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짧습니다.
20명 가까운 직원 챙기랴, 새로운 매장 준비하랴, 맛 챙기랴, 서비스 챙기랴, 시스템 챙기랴, 매장 바쁘면 일 도와주랴…
그래서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저는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입니다, 그러려면 모든 시스템이 새롭게 정비되어야 합니다. 공부할 것도 너무 많고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디에다 카페 창업해도 안 망할 자신은 있고, 주변 카페 4~5개는 금방 문 닫게 만들 자신도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 창업 말리고 싶습니다.
이게 진짜 많기는 엄청나게 많은데, 막상 경쟁력 있는 카페는 또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 경쟁력 있는 사장님들은 여전히 창업을 계속하십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망하고 생기고 반복될 거예요.
저가커피는 이제 거의 막장에 치닫고 있어서 상식을 벗어날 수준으로 생기고 있네요.
요식업은 위에 저런 노력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치열합니다.
단순히 카페 일을 하루 14시간 한다고 매출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음료 만들고 베이커리 만드는 노동을 14시간 하시면…
인테리어, 마케팅, 디자인, 서비스, 시스템, 운영정책, 레시피 개발 등등에 추가 시간을 투입해야 겨우 내리막길을 피합니다.
카페는 식당과 달리 예전 그 맛 그대로가 아니라 매년, 매 시즌 새로워져야 본전이고 그대로 유지하면 도태됩니다.
그리고 카페는 종합예술에 가까워서 맛 + 멋 + 감성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겨우 경쟁력이 생깁니다.
창업 전에 그럼 저런 공부를 다 하고 창업하면 어떨까요?
저건 대부분 실전형 지식들이라 사전 공부만으로는 한계가 큽니다. 기본기는 최대한 미리 익혀야겠지만, 대부분은 낮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방식으로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낮에 일했으니 밤엔 워라밸 즐긴다?
— 장담컨대 망합니다.
카페 창업하고 행복하다?
— 전 무조건 망한다고 봅니다.
카페 창업하고 위장병에 온갖 병 다 걸리고 쓰러졌다?
— 이게 정상입니다.
그러니까 카페 창업하지 마세요. ㅎ
조금 과한 내용은 유머 약간 양념 친 거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경기도 어렵고, 카페 창업에 관심 있으신 분도 계시고, 카더라만 듣고 상상하시는 분도 계셔서 현직 업자로서 한 말씀 끄적여 봤습니다.
그냥 현직 카페 사장의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입니다. 저도 10년간 끝도 없는 삽질과 실패도 겪었고, 당장 내년에 망할지도 모르는 처지라… 아무것도 정답은 아니고, 제 생각도 100% 틀릴 수 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다음에 시간되면 제가 진짜 유망하다 생각하는 직업 하나 소개해보겠습니다. ㅎ (쫄딱 망하면 저도 진지하게 해볼까 생각하고 있네요 ㅎ)
"This post is a serious reality check for anyone dreaming of opening a cafe, basically saying "don't do it unless you're ready to sacrifice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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